- 국내기업 100개사 4만명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9개월간 조사 ... 종합진단 보고서 15일 발표
- 조직건강도 진단 결과 : 국내기업 77% 조직건강 ‘글로벌 하위권’ ··· 중견기업 91%가 ‘약체’
- 기업문화 진단 결과 : 상습적 야근·비효율적 회의·상명하복식 지시 등 후진적 기업문화 심각
‘야근의 역설’ ... 상습적 야근자 업무생산성 45% < 일반직장인 업무생산성 57%
- 商議 “대증적 처방은 근본적 해결책 안 돼”... 근본원인 규명해 기업문화 집요하게 바꿔나갈 것
“기업문화개선 핵심열쇠는 CEO 인식과 의지” ... 주요 액션플랜 마련해 조직건강 체질 개선키로
기업문화 토크콘서트, 우수기업문화 공모전 개최, 문제이슈와 해법 담은 컨텐츠 개발·보급 나서
국내기업 조직건강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상습적인 야근과 상명하복식 업무지시, 비합리적인 평가시스템으로 기업조직은 골병이 들고 있다. 저성장 뉴노멀시대를 극복해야하는 지금, 병든 조직으로는 저성장의 파고를 이겨낼 수 없다. 후진적이고 구시대적인 기업문화의 근인을 찾아내 기업운영의 소프트웨어 자체를 업그레이드해야만 한다. 대한상의와 맥킨지는 기업의 지속성장을 저해하는 주 요인으로 지적돼온 후진적 기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9개월간 국내기업 100개사, 4만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국 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를 종합진단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와 맥킨지는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국내기업 100개사, 임직원 4만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를 15일 발표했다.
■ 조직건강도 종합진단 결과
- 국내기업 77% 조직건강 ‘글로벌 하위권’ ··· 중견기업 91%가 ‘약체’
조직건강도 검진결과, 국내기업의 조직건강은 글로벌기업에 견줘 약체였다. 특히 중견기업 대다수가 글로벌기업에 비해 절대 약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건강도 진단은 맥킨지 조직건강도(OHI : Organizational Health Index) 분석기법을 활용했다. 리더십, 업무시스템, 혁신분위기, 책임소재 등 조직경쟁력에 영향을 미치는 제반사항을 평가·점수화해 글로벌 1,800개사와 비교했다.
조사대상 100개사중 글로벌기업보다 약체인 기업은 최하위수준 52개사 포함, 77개사였다. 중견기업은 91.3%가 하위수준으로 평가돼 조직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반면 상위수준으로 진단을 받은 기업은 최상위 수준 10개사 포함 23개사에 그쳤다.
■ 세부항목별 진단 결과
- 리더십·시스템·조직역량·외부지향성 ‘취약’... 책임소재·동기부여 ‘우수’
세부영역별 진단결과를 보면 △리더십 △조율과 통제(시스템) △역량 △외부 지향성 등 4개 영역이 취약했고, △책임소재 △동기부여 등 2개 항목은 우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건강을 바라보는 경영진과 직원간 시각차도 뚜렷했다. 경영진은 자사의 조직건강을 최상위 수준(71점)으로 평가한 반면, 직원들은 최하위 수준(53점)으로 진단하며 상반된 인식을 보였다. 세부항목별로는 △리더십 △문화 및 분위기 △방향성 항목에서 큰 격차를 나타냈다.
- 국내기업 50% “지속성장DNA 확보” ... 글로벌기업 66% 수준 못미쳐
- 성장DNA ‘실행중심’ 일변도... 시장패러다임 변화 대응에 불리해
지속적인 성과창출을 가능케 하는 차별적인 조직운영 모델을 뜻하는 ‘지속성장 DNA’ 확보 여부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지속성장 DNA’를 갖고 있는 국내기업은 50%로 글로벌기업 66%보다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50개사를 대상으로 지속성장 DNA 유형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 기업이 <대기업 100%, 중견기업 97%> ‘실행중심형(전사적 개선·혁신활동)’ DNA를 갖고 있었다. 반면 글로벌 기업은 ‘실행중심’(64%), ‘시장중심’(23%), ‘리더십중심’(7%), ‘지식중심’(6%) 등 유형이 다양했다.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는 “우리 기업은 아직도 제조혁신 역량을 중시하고, 선도기업 캐치업을 도전목표로 설정해 빠른 실행을 하는 기존의 성공방정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실행중심형만으로는 급변하는 시장패러다임에 부응해 능동적인 변신과 다양한 사업기회 포착이 힘들다”고 지적했다.
■ 기업문화 진단 결과
상습적 야근·비효율적 회의·상명하복식 지시 등 후진적 기업문화 심각
- 주5일 中 평균 2.3일 야근 ... ‘3일 이상 야근’ 43% 달해
- 야근 원인은 비효율적인 회의·보고문화, 상명하복 불통문화
- ‘야근의 역설’ ... 상습적 야근자 업무생산성 45% < 일반직장인(평균) 업무생산성 57%
<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 사례>
대기업 재직 A과장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지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결재라인 밟을 때마다 보고서 방향이 뒤집히는 일이 허다하다. 마치 자동차를 조립하고, 결재단계마다 조립된 차를 다시 분해하고 그걸 재조립하는 일을 반복하는 느낌이다.”
〈상명하복 불통문화 사례>
국내기업 임원 재직한 외국인 T씨 “한국기업의 임원실은 마치 엄숙한 장례식장 같다. 임원 앞에서 정자세로 서서 불명확하고 불합리한 리더의 업무지시에 Why도, No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이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한국기업의 업무방식이 쉽게 개선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상의와 맥킨지는 한국형 기업문화도 심층진단했다. 직장인 4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기업문화 실태 진단’에서 직장인들은 ‘습관화된 야근’을 가장 심각한 기업문화로 꼽았다.
야근, 회의, 보고 등 한국 고유의 기업문화에 대한 호감여부를 조사한 결과, ‘습관적 야근’이 31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야근의 단초를 제공하는 △비효율적 회의(39점), △과도한 보고(41점) △소통없는 일방적 업무지시(55점)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구체적 야근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국 직장인들은 주5일 기준 평균 2.3일을 야근하고 있었다. ‘3일 이상 야근자’ 비율도 43.1%에 이르렀고, ‘야근이 없다’는 직장인은 12.2%에 머물렀다.
이 같은 야근문화의 근본원인으로 대한상의는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와 상명하복의 불통문화를 지목했다. 대한상의는 “실제 조사에서 퇴근 전 갑작스런 업무지시나 불명확한 업무분장으로 한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경우, 업무지시 과정에서 배경이나 취지에 대한 소통이 부족해 일이 몇 갑절 늘어나 야근하는 사례 등이 수시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야근을 많이 할수록 업무시간과 성과는 오히려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 확인됐다. 8개 기업 45명의 일과를 관찰한 결과, 상습적으로 야근하는 A대리는 하루 평균 11시간 30분을 근무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하루에 9시간 50분 일했다. 그러나 A대리의 생산성은 45%로 다른 직원들(57%)보다 더 낮았다. 생산적인 업무시간도 A대리(11:30×45%=5:11)보다 다른 직원들(9:50×57%=5:36)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두고 대한상의는 야근을 할수록 생산성은 떨어지는 ‘야근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 사회 눈높이와 괴리된 기업문화 여전 ... 여성 핸디캡, 여성인재 편견 많아
저출산․고령화 극복의 핵심과제로 여성근로 활용제고가 부각되고 있지만, 직장인들은 ‘여전히 여성이 평가·승진 등에서 불리하다’(49점)고 응답했다.
여성인재에 작용하는 핸디캡 또한 야근이었다. 여성의 야근일수는 주5일 평균 2.0일로 남성(2.3일)에 비해 다소 적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수준으로 나타났다. 야근의 이면에 존재하는 여성의 ‘사내 눈치보기’도 문제로 지적됐다. 대한상의는 “육아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조차도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야근 핸디캡과 사내 눈치보기가 여성의 당당한 조직생활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과장 C씨는 “야근이나 회식 때 애 때문에 일찍 가봐야 한다고 하면 배려해주지만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눈치 보이고 소외되는 것 같고, 직장에 몰입하기 힘들어진다”고 자조했다.
여성인재에 대한 편견도 문제로 지적됐다. 인사평가나 승진 등에서 불리한 원인에 대해 여성들은 ‘출산육아로 인한 업무공백’(34.7%), ‘여성의 업무능력에 대한 편견’(30.4%)을 꼽았지만 남성들은 ‘출산․육아문제’(22.6%)보다 ‘여성이 업무에 소극적’(23.7%)이라는 점을 꼽아 남녀간 인식차를 보여줬다.
규범준수와 상생협력 수준은 모두 61점으로 여타 항목에 비해 긍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과 비교를 위한 설문에서 국내기업은 직업윤리 준수 75점, 비즈니스 파트너십 59점, 지역사회 공헌 52점으로 3개 항목 모두 글로벌기업 대비 하위권 내지 최하위 수준에 그쳤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우리기업의 규범준수와 상생협력 실천 노력이 일부 개선되기도 했지만, 글로벌 기업과의 괴리는 여전히 크다”고 평가했다.
한동안 심각한 구태문화로 지적 받던 회식문화는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잦은 회식이 업무나 개인생활에 지장을 주는지를 묻자 직장인의 76.7%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고, 실제 회식 횟수도 주 평균 0.45회로 집계됐다.
■ 기업문화 3대 근인과 개선과제
기업문화 저해 3大 根因 ... ①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 ②비합리적 평가시스템 ③리더십 역량 부족
商議 “대증적 처방은 근본적 해결책 안 돼”... 근본원인 규명해 기업문화 집요하게 바꿔나갈 것
“기업문화개선 핵심열쇠는 CEO 인식과 의지” ... 주요 액션플랜 마련해 조직건강 체질 개선키로
기업문화 토크콘서트, 우수기업문화 공모전 개최, 문제이슈와 해법 담은 컨텐츠 개발·보급 나서
대한상의는 한국의 전근대적 기업문화의 근본원인을 찾기 위한 입체적 근인분석을 실시한 결과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 △리더십역량 부족과 기업가치관의 공유부재를 3대 근인으로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정시퇴근을 유도하기 위한 일제소등’, ‘여성인재 활용을 위한 육아휴직과 보육시설 확대’ 등으로는 습관적 야근이나 여성근로자의 고충 등 전근대적 기업문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각 근인별 액션아이템을 마련해 기업문화 선진화를 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우선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액션아이템으로 사업원칙 확립, 업무지시 및 피드백 적합화, 업무배분 원칙확립 등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다. 비합리적 평가보상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직목표와 개인과업 동기화, 성과중시 평가체계 확립과 평가결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리더십 역량 및 가치관 공유부족은 리더십역량강화, 기업미션·가치설정·공유, 직무윤리 확립·공유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서는 CEO의 인식과 의지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대한상의는 전근대적이고 비합리적인 기업문화 개선을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해 집요하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한상의는 주요기업 CEO들을 위원으로 하는 가칭 ‘기업문화 선진화포럼’을 구성·운영해 기업 최고위층부터 전근대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갈 계획이다.
또한 기업문화이슈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개선활동 참여 풍토 조성을 위해 기업문화 토크콘서트를 열어, 한국형 기업문화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심층 연구한다. 문제이슈와 해법을 담은 컨텐츠를 제작해 웹상에 게재하는 등 소프트매뉴얼도 보급하는 한편, 우수기업문화 공모전을 여는 등 전방위적인 현장개선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창의와 혁신의 기업문화 확산, 산업계 업무생산성 향상, 여성인재 근무여건 개선 등을 달성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도 민관팀플레이도 펼쳐 나갈 것이라고 대한상의는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한국기업의 조직엔진이 매우 낡고 비과학적이며, 글로벌기업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조직운영방식으로는 저성장 뉴노멀시대 극복도, 기업의 사회적 지위 향상도 힘들다”면서 “지속성장의 DNA 형성, 구성원의 조직몰입, 그리고 사회적 신뢰 확보를 위해 피처폰급 기업운영소프트웨어를 최신 스마트폰급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